판시사항
1. 구속기간을 제한하고 있는 형사소송법 제92조 제1항이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지 여부(소극)2. 위 법률조항에 의한 구속기간의 제한과 구속기간 내에 심리를 마쳐 판결을 선고하려는 법원의 실무관행이 맞물려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사실상 침해되는 경우 위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소극)
판결요지
1.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말하는 ‘구속기간’은 ‘법원이 피고인을 구속한 상태에서 재판할 수 있는 기간’을 의미하는 것이지, ‘법원이 형사재판을 할 수 있는 기간’ 내지 ‘법원이 구속사건을 심리할 수 있는 기간’을 의미한다고 볼 수 없다. 즉, 이 사건 법률조항은 미결구금의 부당한 장기화로 인하여 피고인의 신체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에서 미결구금기간의 한계를 설정하고 있는 것이지, 신속한 재판의 실현 등을 목적으로 법원의 재판기간 내지 심리기간 자체를 제한하려는 규정이라 할 수는 없다.그러므로 구속사건을 심리하는 법원으로서는 만약 심리를 더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피고인의 구속을 해제한 다음 구속기간의 제한에 구애됨이 없이 재판을 계속할 수 있음이 당연하고, 따라서 비록 이 사건 법률조항이 법원의 피고인에 대한 구속기간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하더라도 이로써 법윈의 심리기간이 제한된다거나 나아가 피고인의 공격ㆍ방어권 행사를 제한하여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된다고 볼 수는 없다.2.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구속기간의 제한과 구속기간 내에 심리를 마쳐 판결을 선고하는 법원의 실무관행이 맞물려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사실상 침해되는 결과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그러한 침해의 근본적인 원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을 그 입법목적에 반하여 그릇되게 해석ㆍ적용하는 법원의 실무관행에 있다 할 것이다.따라서 비록 위와 같은 법원의 실무관행으로 말미암아 결과적으로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 하더라도, 이로써 그 자체로는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지 아니하는, 오히려 피고인의 또 다른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를 두텁게 보장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는 없다.재판관 윤영철, 재판관 권성의 반대의견헌법 제27조 제1항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공판절차는 검사가 피고인의 유죄를 입증하는 장(場)으로서보다는 피고인이 공격ㆍ방어권을 행사하는 장(場)으로서 보다 큰 의미가 부여된다. 형사재판의 한쪽 당사자인 검사의 경우 피고인에 대한 유죄의 증거는 수사단계에서 이미 대부분 발견ㆍ수집되고, 공판절차에서는 제출된 유죄의 증거에 대하여 증거조사절차를 거치기만 하는 것이 보통인 반면, 다른 한쪽 당사자인 피고인의 경우에는 수사단계에서 자기에게 유리한 증거를 확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공판절차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검사가 제출한 유죄의 증거를 탄핵하거나 자기에게 유리한 증거를 새로이 발견ㆍ수집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공판절차에서는 피고인에게 공소사실에 대한 답변과 입증 및 반증의 기회가 제대로 부여됨으로써 공격ㆍ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되어야 할 필요성이 보다 강조될 수밖에 없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원의 피고인에 대한 전체 구속기간은 물론 심급별 구속기간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그 구속기간마저도 제1심 법원의 구속기간에는 최장 30일까지 허용되는 수사기관에 의한 구속기간이 포함되고, 항소심의 경우에는 항소절차에 필수적으로 소요되는 상당한 기간이 이미 항소법원의 구속기간에 포함됨으로써 법원의 실제구속기간은 이론적 구속기간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구속사건 중에는 심리도중 피고인을 석방하면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한 가능성이 높고, 증인 등 사건관계인에게 위해를 가할 위험성마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법원으로서는 피고인의 석방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으며, 그 결과 법원은 피고인에게 입증 및 반증의 기회를 충분히 보장하지 못한 채 서둘러 심리를 종결하고 판결을 선고하는 것이 우리 법원의 실무관행이라 할 것이다.그렇다면, 법원의 위와 같은 실무관행은 결국 구속기간을 일률적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비롯된 것이며, 이러한 실무관행은 구속피고인을 석방하여 재판할 경우에 발생하는 여러 가지 부작용을 고려한 부득이한 조치이어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살아있는 한 없어질 수 없고, 또한 이는 법원의 인력확충이나 심리방식의 개선 등의 수단을 통하여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 할 것이다.따라서 기본권의 침해의 원인이 된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위헌선언을 하여야 한다.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 원문 그대로 표시